복지부 연금개혁안, 연금 실질가치 삭감
‘더 내고 더 받자’는 여론 반영한 개혁안 마련해야
저출생·고령화를 위한 해법은 공적연금체계 강화 뿐
지난 4일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는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계획」(이하 ‘연금개혁안’)을 심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금개혁안은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제시한 연금개혁 방향성과 5대 분야 15개 추진과제를 바탕으로 2023년 장래인구추계(통계청,’23.12)를 반영한 새로운 재정 전망, 공론화 등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4일 연금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KBS 화면 캡쳐)
이 개혁안의 핵심은 ▲모수개혁(보험료율 13%, 명목소득대체율 42%), 기금수익률 제고(1%p 이상)로 장기 재정 안정성 확보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 지급보장 명확화 등 미래세대 신뢰 강화,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 내실화로 실질소득 제고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의 차등화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 인상한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어 왔다. 보험료율 13% 인상 내용은 이미 21대 국회 종료를 앞둔 지난 5월 국회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 13%로 인상에 합의한 바 있어 바뀐 게 없다. 다만,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2025년부터 50대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한다. 50대인 경우 13% 인상까지 4년이 소요되지만, 20대인 경우는 16년이 소요된다. 각 세대별 대표 연령을 20세, 30세, 40세, 50세로 정하고, 잔여 납입기간이 10년인 50세는 연 1%p, 납입기간이 20년인 40세는 연 0.5%p 씩 인상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말하고 있는 세대 별로 보험료 인상 차등은 세대 간 형평성 문제 해소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젊은 층 인구가 감소하니 이들이 장차 노년이 될 때, 현재의 연금 세대만큼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 해소이다. 인구구조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은 인구 감소에 따라 2050년 수급자 수가 가입자 수를 역전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만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미래에 일어날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바로 형평성 해소라 할 수 있다.
복지부 연금개혁안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세대 간 구분 없이 보험료율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왔던 연금의 본래 취지조차 무색할 정도다. 소득에 의한 보험료율 차등은 있으나, 연령에 의한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기존 연금이 세대 간의 연대를 기반으로 설계된 공적연금의 기본 원리마저 지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추이(연합뉴스자료 재구성)
두 번째는 명목소득대체율 조정이다. 현행 2024년도 기준 42%인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p씩 인하되어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복지부는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조기 소진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을 낮추다 보니 이미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되었다. 노후보장 공적연금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지난 8월 복지부 발표를 보면 연금 수급 권리인이 818만 2천 명이며 전년 대비 41만 4천 명(5.3%) 증가했다. 하지만 월평균 연금 수급금액이 65만 원에 불과하고 50만 원 이하를 받는 연금 수급 권리인이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명목소득대체율을 42% 수준에 묶어두고 논의하자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료 : 통계청
특히, 지난 4월 30일 국회에 최종 보고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는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재정안정안 두 가지를 놓고 공론조사를 한 결과, 500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56.0%는 소득보장안을, 42.6%는 재정안정안을 선택한 바 있다.

국회 공론위 투표 결과(경향신문 자료캡쳐)
국회 연금개혁 특위 등에서 논의된 대로, 국민들이 원하는 연금 개혁 방향은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금개혁안은 보험료는 조금 낮게 인상하고 연금은 적게 받자는 것으로, 이는 소득대체율 문제는 유보한 채 근본적인 연금개혁을 미룬 것이다. 이러한 복지부의 입장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선배시민협회 관계자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인 나라에서 지금의 낮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탈빈곤이 불가능한 수준에 있다면서, 이 경우가 지속되면 결국 노인 빈곤 문제를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생계, 주거급여 지급 등 일반 조세로 해결해야 하므로 오히려 국민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개인연금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저출생 문제도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인구구조도 악순환 구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연금개혁안에서 복지부는 재정안정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들고 나왔다. 자동조정장치란 기대수명 증가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와,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등과 연동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점이 빠를수록, 기금 소진 시점은 연장된다고 했지만, 청년 세대 소득대체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16년이 걸린다면 그만큼 기금 자산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기금 소진 시점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간과할 우려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하여 실질가치를 보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수급액이 월 100만 원씩이고, 그해 물가상승률이 3%라면 그 다음 연도 연금 수급액은 3% 늘어난 103만 원으로 책정한다. 소비자 물가변동률만큼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연금 수급액이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한 103만 원이 아니라, 저출생으로 연금가입자 수가 감소하거나 연금수급 권리인 수가 늘어나게 되면 처음 연금 수급액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103만원 이하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지금의 기대수명 증가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조정장치는 매월 수령하는 연금 수급액이 소비자 물가변동률이 반영되지 않는 금액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누적되면 실질적으로는 연금삭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즉 연금 지급 초기에는 기존에 받을 금액과 자동조정장치 발동 후 받는 금액이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실질적인 연금액은 삭감 된다는 의미다. 가입자 수 감소와 고령층 증가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연금지급액을 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조차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이 발표한 입장문 보도에 따르면 “현재는 연금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실질가치를 보전해주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에 기대여명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겠단 구상”이라면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안정을 꾀한다는 취지지만, 고령화·저출생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물가상승률을 보전받기 어려워 사실상 연금액의 실질 가치가 삭감된다”고 주장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또한 연금행동은 “1980년생(44살)과 1992년생(32살)의 총 연금액은 기존 연금수급 대비 각각 79.77%와 80.72%로 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기대 여명 마지막 시점에 가까워지면, 그동안 물가에 따라 급여가 오르지 않아 전 연령에 통틀어 연금액 수준이 65%까지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복지부는 자동조정장치는 자동적으로 모수 개편이 이뤄지도록 제도화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연금의 지속 가능성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수급자 연금액에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 상황이므로 연금 수급 권리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선배시민협회 한 회원은 “지난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세대별 차등 적용과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었는데 왜 복지부가 이를 다시 거론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국민의 생존에 대한 중요한 권리를 자동조정장치라는 이름으로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 현황(자료 : 국민연금공단)
복지부의 연금개혁안 내용에는 기금수익률도 1%p 이상 제고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는 수행 난이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를 위해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운용 인프라를 강화하여 기금수익률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주요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기금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연금재정이 튼튼해진다.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도 1,036조 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금 수익률은 복지부의 뜻대로 올리겠다고 해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 사정이나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고, 수익률 때문에 무리한 투자를 하다 보면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금은 일정 부분은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1% 이상 올린다고 하니 허울뿐인 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국가의 연금 지급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더 받도록 해주며, 이에 대한 기금 소진 우려에 대해서는 기금 재정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일반 조세를 통해서라도 기금 재정 확충으로 지급 보장 약속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부자 감세 정책도 재고해야 하는 이유다.
복지부는 현재 60세 미만인 의무 가입 상한 연령 조정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고령자 계속 고용 여건 개선 등에 대한 것도 장기적인 논의 사항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각계의 의견이다.
그 밖에도 복지부는 저소득 어르신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기초연금액을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했다. 2026년에는 소득이 적은 어르신에게 우선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에는 전체 지원 대상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4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 역시 이미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정부의 공약 사항이었다. 새로운 연금개혁안이라 볼 수도 없다.
결국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으로 노후 소득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모두 일반 조세로 부담하거나,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으로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노후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행된 개인연금은 457만 명이 가입(2022년 기준)해 있고, 적립금은 169조 원(2023년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연금에는 고소득층이 주로 가입하고 있고, 원금보장 선호 및 중도해지 등으로 인해 연금으로서 기능을 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개인연금 수급 권리인은 2022년 기준 38만 1천 명으로 전체 연금 수급 권리인 중 4.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저출생ㆍ고령화를 위한 해법은 공적연금체계 강화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더 내고 더 받자’라는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다. 노인빈곤율 저감 대책과 젊은 세대의 노후 소득보장 정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지금 후배시민들이 노인이 되는 2085년에도 여전히 암울한 노인 빈곤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득대체율의 단계적 증가와 함께 아동수당 금액 증대, 청년수당 신설 등 세대 간 형평성 있는 보편적 복지를 지금부터라도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배시민뉴스 = 마걸음 기자. hapic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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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연금개혁안, 연금 실질가치 삭감
‘더 내고 더 받자’는 여론 반영한 개혁안 마련해야
저출생·고령화를 위한 해법은 공적연금체계 강화 뿐
지난 4일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 이하 ‘복지부’)는 2024년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계획」(이하 ‘연금개혁안’)을 심의,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금개혁안은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제시한 연금개혁 방향성과 5대 분야 15개 추진과제를 바탕으로 2023년 장래인구추계(통계청,’23.12)를 반영한 새로운 재정 전망, 공론화 등에서 나타난 국민 의견을 세밀하게 검토하여 수립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4일 연금개혁안을 설명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장관(KBS 화면 캡쳐)
이 개혁안의 핵심은 ▲모수개혁(보험료율 13%, 명목소득대체율 42%), 기금수익률 제고(1%p 이상)로 장기 재정 안정성 확보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 차등, 지급보장 명확화 등 미래세대 신뢰 강화,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다층 연금체계 내실화로 실질소득 제고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속도의 차등화이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p 인상한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제도 도입 당시 3%였으나, 1993년 6%, 1998년 9%로 인상된 이후 계속 유지되어 왔다. 보험료율 13% 인상 내용은 이미 21대 국회 종료를 앞둔 지난 5월 국회 연금특위에서 보험료율 13%로 인상에 합의한 바 있어 바뀐 게 없다. 다만,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 20대부터 50대까지 출생연도에 따라 보험료율 인상 속도에 차등을 두겠다는 것이다.
2025년부터 50대 가입자는 매년 1%p, 40대 0.5%p, 30대 0.33%p, 20대는 0.25%p씩 인상한다. 50대인 경우 13% 인상까지 4년이 소요되지만, 20대인 경우는 16년이 소요된다. 각 세대별 대표 연령을 20세, 30세, 40세, 50세로 정하고, 잔여 납입기간이 10년인 50세는 연 1%p, 납입기간이 20년인 40세는 연 0.5%p 씩 인상해 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가 말하고 있는 세대 별로 보험료 인상 차등은 세대 간 형평성 문제 해소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젊은 층 인구가 감소하니 이들이 장차 노년이 될 때, 현재의 연금 세대만큼 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 해소이다. 인구구조에 밀접한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은 인구 감소에 따라 2050년 수급자 수가 가입자 수를 역전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연금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만이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세대들의 미래에 일어날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더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만이 바로 형평성 해소라 할 수 있다.
복지부 연금개혁안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세대 간 구분 없이 보험료율을 동일하게 적용하여 왔던 연금의 본래 취지조차 무색할 정도다. 소득에 의한 보험료율 차등은 있으나, 연령에 의한 보험료율 차등 인상은 기존 연금이 세대 간의 연대를 기반으로 설계된 공적연금의 기본 원리마저 지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소득대체율 추이(연합뉴스자료 재구성)
두 번째는 명목소득대체율 조정이다. 현행 2024년도 기준 42%인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연금제도의 소득보장 수준을 보여준다.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 1999년 60%, 2008년 50%로 낮아진 이후, 매년 0.5%p씩 인하되어 2028년까지 40%로 조정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복지부는 재정안정과 함께 소득보장도 중요하다는 공론화 내용 등을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인 42%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 조기 소진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을 낮추다 보니 이미 ‘용돈 연금’이라는 오명을 쓴 지 오래되었다. 노후보장 공적연금으로서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지난 8월 복지부 발표를 보면 연금 수급 권리인이 818만 2천 명이며 전년 대비 41만 4천 명(5.3%) 증가했다. 하지만 월평균 연금 수급금액이 65만 원에 불과하고 50만 원 이하를 받는 연금 수급 권리인이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명목소득대체율을 42% 수준에 묶어두고 논의하자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료 : 통계청
특히, 지난 4월 30일 국회에 최종 보고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는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재정안정안 두 가지를 놓고 공론조사를 한 결과, 500명의 시민대표단 가운데 56.0%는 소득보장안을, 42.6%는 재정안정안을 선택한 바 있다.
국회 공론위 투표 결과(경향신문 자료캡쳐)
국회 연금개혁 특위 등에서 논의된 대로, 국민들이 원하는 연금 개혁 방향은 노후 소득보장을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연금개혁안은 보험료는 조금 낮게 인상하고 연금은 적게 받자는 것으로, 이는 소득대체율 문제는 유보한 채 근본적인 연금개혁을 미룬 것이다. 이러한 복지부의 입장이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선배시민협회 관계자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1위인 나라에서 지금의 낮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탈빈곤이 불가능한 수준에 있다면서, 이 경우가 지속되면 결국 노인 빈곤 문제를 기초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제도의 생계, 주거급여 지급 등 일반 조세로 해결해야 하므로 오히려 국민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개인연금 등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 저출생 문제도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우리나라 인구구조도 악순환 구조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연금개혁안에서 복지부는 재정안정론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OECD 38개국 중 24개국이 운영 중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들고 나왔다. 자동조정장치란 기대수명 증가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와, 연금 부채가 자산보다 커질 경우 등과 연동해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점이 빠를수록, 기금 소진 시점은 연장된다고 했지만, 청년 세대 소득대체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 16년이 걸린다면 그만큼 기금 자산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기금 소진 시점을 연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것을 간과할 우려가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물가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하여 실질가치를 보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 수급액이 월 100만 원씩이고, 그해 물가상승률이 3%라면 그 다음 연도 연금 수급액은 3% 늘어난 103만 원으로 책정한다. 소비자 물가변동률만큼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되면, 연금 수급액이 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한 103만 원이 아니라, 저출생으로 연금가입자 수가 감소하거나 연금수급 권리인 수가 늘어나게 되면 처음 연금 수급액 100만 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103만원 이하로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지금의 기대수명 증가와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자동조정장치는 매월 수령하는 연금 수급액이 소비자 물가변동률이 반영되지 않는 금액으로 받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누적되면 실질적으로는 연금삭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즉 연금 지급 초기에는 기존에 받을 금액과 자동조정장치 발동 후 받는 금액이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실질적인 연금액은 삭감 된다는 의미다. 가입자 수 감소와 고령층 증가가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연금지급액을 소비자물가변동률만큼조차도 반영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이 발표한 입장문 보도에 따르면 “현재는 연금액에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실질가치를 보전해주고 있는데, 물가상승률에 기대여명과 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 증감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조정하겠단 구상”이라면서,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안정을 꾀한다는 취지지만, 고령화·저출생이 이어지는 상황에선 물가상승률을 보전받기 어려워 사실상 연금액의 실질 가치가 삭감된다”고 주장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또한 연금행동은 “1980년생(44살)과 1992년생(32살)의 총 연금액은 기존 연금수급 대비 각각 79.77%와 80.72%로 떨어진다”고 주장하였다. “기대 여명 마지막 시점에 가까워지면, 그동안 물가에 따라 급여가 오르지 않아 전 연령에 통틀어 연금액 수준이 65%까지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료 출처 : 연합뉴스)
복지부는 자동조정장치는 자동적으로 모수 개편이 이뤄지도록 제도화하게 되면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연금의 지속 가능성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수급자 연금액에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한 상황이므로 연금 수급 권리인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조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선배시민협회 한 회원은 “지난 국회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에서 세대별 차등 적용과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었는데 왜 복지부가 이를 다시 거론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하면서, “국민의 생존에 대한 중요한 권리를 자동조정장치라는 이름으로 제한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 적립금 현황(자료 : 국민연금공단)
복지부의 연금개혁안 내용에는 기금수익률도 1%p 이상 제고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복지부는 수행 난이도가 높은 해외·대체투자를 위해 기금운용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해외사무소를 개설하는 등 운용 인프라를 강화하여 기금수익률을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기금수익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는 주요한 수단임이 분명하다. 기금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연금재정이 튼튼해진다. 1988년 제도 도입 후 2023년 말까지 5.92%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금 규모도 1,036조 원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금 수익률은 복지부의 뜻대로 올리겠다고 해서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 사정이나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고, 수익률 때문에 무리한 투자를 하다 보면 원금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기금은 일정 부분은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런데 한꺼번에 1% 이상 올린다고 하니 허울뿐인 대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국가의 연금 지급 근거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래에 연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제도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더 받도록 해주며, 이에 대한 기금 소진 우려에 대해서는 기금 재정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 일반 조세를 통해서라도 기금 재정 확충으로 지급 보장 약속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부자 감세 정책도 재고해야 하는 이유다.
복지부는 현재 60세 미만인 의무 가입 상한 연령 조정도 추진한다고는 하지만, 이는 고령자 계속 고용 여건 개선 등에 대한 것도 장기적인 논의 사항이다. 정년연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각계의 의견이다.
그 밖에도 복지부는 저소득 어르신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기 위해 기초연금액을 4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고 했다. 2026년에는 소득이 적은 어르신에게 우선 40만 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에는 전체 지원 대상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40만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 역시 이미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정부의 공약 사항이었다. 새로운 연금개혁안이라 볼 수도 없다.
결국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으로 노후 소득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은 모두 일반 조세로 부담하거나, 개인연금, 퇴직연금 등으로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걱정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노후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1994년부터 시행된 개인연금은 457만 명이 가입(2022년 기준)해 있고, 적립금은 169조 원(2023년 기준)에 달한다. 그러나 개인연금에는 고소득층이 주로 가입하고 있고, 원금보장 선호 및 중도해지 등으로 인해 연금으로서 기능을 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개인연금 수급 권리인은 2022년 기준 38만 1천 명으로 전체 연금 수급 권리인 중 4.7%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저출생ㆍ고령화를 위한 해법은 공적연금체계 강화뿐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더 내고 더 받자’라는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할 것이다. 노인빈곤율 저감 대책과 젊은 세대의 노후 소득보장 정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지금 후배시민들이 노인이 되는 2085년에도 여전히 암울한 노인 빈곤국으로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소득대체율의 단계적 증가와 함께 아동수당 금액 증대, 청년수당 신설 등 세대 간 형평성 있는 보편적 복지를 지금부터라도 좀 더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선배시민뉴스 = 마걸음 기자. hapicore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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