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자살률 3.7배가 던지는 질문
최근 한국 사회에서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 평균보다 약 3.7배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선 시대에 노년의 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한 진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삶의 연장이 아니라 고립의 연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통계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다.
한국의 노년 현실은 국제 비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약 40%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년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고립이 더해진다. Statistics Korea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수백만 가구에 이르는 수준으로 보고된다. 가족구조의 변화와 지역 공동체의 약화 속에서 많은 노인들이 혼자 살아가고 있다.
이 세 가지 지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높은 자살률, 높은 노인 빈곤율, 증가하는 독거노인 비율. 이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다.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지위는 노동시장 참여와 강하게 연결되어 왔다. 일하는 동안에는 시민이지만 은퇴 이후에는 사회적 역할이 급격히 사라진다. 그 결과 노년은 점점 더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이 있다. 바로 ‘선배시민’이다. 이 개념은 사회복지학자 유범상 등이 강조해 온 노년 시민성 이론에서 발전했다. 선배시민론의 핵심은 단순하다. 노인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이다. 노년을 보호받는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책임을 가진 공공의 구성원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 북유럽에서 제도화되어 있다. 예컨대 덴마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노인 시민회의가 설치되어 노인 정책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시한다. 스웨덴 역시 노인의 사회참여 프로그램과 지역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노년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 참여의 주체로 인정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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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선배시민 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노인들이 지역 돌봄, 세대 간 교육,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활동의 핵심은 봉사가 아니라 시민성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노인은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노년 자살 문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노인을 사회 밖에 둘 것인가, 사회 안으로 다시 초대할 것인가. 노인을 보호 대상에만 머물게 하는 사회에서는 노년이 고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노인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노년이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80대 자살률 3.7배라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늙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늙어서 사라지는 사회가 아니라 늙어서도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회. 지금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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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자살률 3.7배가 던지는 질문
최근 한국 사회에서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 평균보다 약 3.7배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선 시대에 노년의 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한 진보다. 그러나 그 시간이 삶의 연장이 아니라 고립의 연장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통계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다.
한국의 노년 현실은 국제 비교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약 40%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년의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것이다. 여기에 사회적 고립이 더해진다. Statistics Korea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독거노인 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미 수백만 가구에 이르는 수준으로 보고된다. 가족구조의 변화와 지역 공동체의 약화 속에서 많은 노인들이 혼자 살아가고 있다.
이 세 가지 지표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높은 자살률, 높은 노인 빈곤율, 증가하는 독거노인 비율. 이는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결과다. 산업화 이후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지위는 노동시장 참여와 강하게 연결되어 왔다. 일하는 동안에는 시민이지만 은퇴 이후에는 사회적 역할이 급격히 사라진다. 그 결과 노년은 점점 더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개념이 있다. 바로 ‘선배시민’이다. 이 개념은 사회복지학자 유범상 등이 강조해 온 노년 시민성 이론에서 발전했다. 선배시민론의 핵심은 단순하다. 노인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시민이다. 노년을 보호받는 존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책임을 가진 공공의 구성원으로 바라보자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이미 북유럽에서 제도화되어 있다. 예컨대 덴마크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노인 시민회의가 설치되어 노인 정책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제시한다. 스웨덴 역시 노인의 사회참여 프로그램과 지역 공동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노년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사회 참여의 주체로 인정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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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선배시민 활동이 시작되고 있다. 노인들이 지역 돌봄, 세대 간 교육,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활동의 핵심은 봉사가 아니라 시민성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노인은 다시 사회와 연결된다.
노년 자살 문제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노인을 사회 밖에 둘 것인가, 사회 안으로 다시 초대할 것인가. 노인을 보호 대상에만 머물게 하는 사회에서는 노년이 고립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노인을 시민으로 인정하는 사회에서는 노년이 공동체의 자산이 된다.
80대 자살률 3.7배라는 통계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늙음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다. 늙어서 사라지는 사회가 아니라 늙어서도 시민으로 살아가는 사회. 지금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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