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를 위한 무임승차제도, 세계는 어떻게 하고 있나?

김경식
2025-07-18
조회수 422




- ‘권리로서의 이동’과 복지의 탈상품화 관점에서 본 우리나라와 세계의 교통 복지 제도-





코레일 홈페이지 캡쳐 사진(ktx 산천)



교통복지는 권리이며, 복지의 ‘탈상품화’로 가는 길

‘이동할 수 있는 자유’는 단지 물리적 공간의 이동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교육, 노동, 의료, 여가, 그리고 인간관계를 포함한 삶의 거의 모든 요소에 접근할 수 있는 기초적인 권리이자 조건이다. 이런 점에서 교통복지는 더 이상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로 구성되는 공공복지 체계의 핵심이다. 특히 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 교통약자에게 있어 교통비의 경감 또는 면제는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의 대표적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사회복지학자 에스핑 안데르센(Gøsta Esping-Andersen)이 제시한 바와 같이, 탈상품화란 개인이 시장에서의 구매력을 상실하더라도 기본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가 권리로 보장하는 체계를 뜻한다. 따라서 무임승차제도는 교통이라는 상품을 시장 논리에서 부분적으로 분리하여, 공공의 복지영역으로 재구성하는 정책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약자 무임승차제도 — 어디까지 왔는가?

한국은 교통 약자에게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중심으로 한 무임 또는 감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주요 대상은 등록장애인, 만 65세 이상 고령자, 국가유공자, 기초생활수급자 등이며, 서울·경기 등 대도시권은 비교적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다. 장애인을 위해서는 중증장애인 및 동반 보호자 1인까지 무임 (수도권 지하철)이며, 고령자 대상으로는 만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서울·부산·대구 등 도시철도에 적용)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기초수급자 계층의 경우에는 지자체별 교통카드 또는 요금 지원하고 있다.


교통수단 범위가 제한적이며, 지역간 형평성 논란

그러나 적용 한계 측면에서 보면, 고속철도(KTX), 고속·시외버스 등은 대부분 무임 제외, 지방 간 적용 편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무임 혜택의 경우, 도시철도(지하철)에 집중되어 있고, 실제 일상생활에서 자주 이용되는 다양한 교통수단은 적용 제외되고 있으며, 고속철도(KTX), 항공편의 경우 차등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시내버스 및 광역버스는 무임 혜택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현실이다. 또한 일부 농어촌 지역에서는 시내버스 자체가 없거나 노선이 매우 드물어, 무임승차권이 있어도 실질적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이 존재한다.

 

이동보조수단과의 분절성
장애인콜택시, 바우처택시, 전동휠체어 전용 차량 등은 별도의 신청과 심사를 거쳐야 하며, 무임승차제도와 연계되지 않은 이원화 구조로 이는 교통약자가 한 시스템 내에서 통합적으로 지원받는 것이 아니라, 이동 수단마다 복지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운영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 부족

대부분의 무임승차는 스마트카드 기반으로 운영되나, 고령자 및 중증장애인 중에서는 카드 사용, 충전, 재발급 등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빈번함하고, 특히 비문해자·정보 접근 약자의 경우, 제도가 존재함에도 실제 이용이 불가능한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있다.


‘보장된 권리’와 ‘실현되는 권리’ 사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교통약자 무임승차제도는 법적·제도적으로는 권리로서의 구조를 일부 갖추었으나, 실질적인 실행에서는 교통수단·지역·장애정도에 따라 현저한 격차와 단절을 보인다. 이는 복지국가 이론에서 말하는 ‘탈상품화의 깊이’가 제도마다 상이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권리의 평등한 실현을 위한 정책적 재구성이 필수적이다. 앞서 살펴본 이러한 제도들은 이동의 자유를 국가가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탈상품화된 복지 수단으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현재는 재정 지속성, 형평성, 제도 일관성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형평성 문제는 소득 기준이 없는 고령자 무임승차는 ‘보편적 복지’이지만, 고소득 수혜자 포함으로 재정 문제 발생이 지적되고 있으며, 제도 불균형 측면에서는 교통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은 실질적 혜택이 적어, 도시·농촌 간 복지 격차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회권으로서의 이동권 보장 미비 측면에서 보면 이동권이 헌법적 사회권으로 명시되지 않으며, 여전히 시혜적 정책으로 오인되는 경향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 주요국의 교통복지 제도를 권리와 탈상품화의 진화 관점에서 살펴보면


외국의 선박 이동 수단(선박과 트렘)

 


독일 — 법적 권리로서의 전국 무임승차

독일은 중증장애인에게 연방법상 권리로 무임 교통 이용권을 보장한다. 연간 등록비만으로 지역 버스, 트램, 국철까지 포함되는 무임 시스템은 교통을 공공재로 간주하는 강한 국가 개입의 상징이며, 탈상품화의 전형적 모델이다.


영국 — 보편성과 효율성의 균형

영국은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및 장애인에게 오프피크 시간 무임 혜택을 부여하며, ‘Concessionary Travel Pass’로 제도화되어 있다. 제한적 무임을 통해 시장 질서를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도, 교통권을 일정 수준 ‘탈상품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 — 사회연대에 기반한 도시형 복지교통

프랑스는 ‘Carte mobilité inclusion’(프랑스 정부가 장애인, 고령자 등 이동약자의 일상 이동권과 공공시설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발급하는 국가 공식 카드 형태로 이는 기존의 다양한 장애인 증명서와 복지카드를 통합한 제도로, 교통 무임승차, 주차 혜택, 동반자 권리 보장 등을 하나의 카드에 통합한 복지권 기반의 탈상품화된 이동 지원 시스템의 핵심)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완전 무임, 실업자·저소득층의 감면 요금 적용 등 사회적 연대에 기반한 교통복지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교통을 공공복지의 핵심 요소로서 적극 재정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일본 — 지자체 중심의 선택적 탈상품화

일본은 중앙정부의 보편 제도 대신, 도쿄 등 대도시가 실버패스 제도 등으로 고령자와 장애인에게 실질적 교통비 지원을 제공한다. 이는 지방정부 주도의 교통복지 분권 모델로, 각 지역의 정책역량과 재정에 따라 탈상품화의 수준이 결정된다.

 

북유럽 — 보편적 이동권 보장

핀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는 교통 약자에게 지역 전역에서 시간대 제한 없이 무임 또는 대폭 할인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닌, 삶의 기회와 존엄을 보장하는 방식의 복지국가 철학의 구현이라 할 수 있다.


‘권리로서의 이동권’과 ‘탈상품화된 교통복지’로 나아가기

우리나라는 교통약자를 위한 무임승차제도를 제도적으로 갖추었으나, 복지국가로서의 ‘권리 중심’ 접근이나 복지의 탈상품화 수준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세계 복지선진국의 사례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동권의 사회권적 위상 정립

교통을 단지 ‘서비스’가 아니라, 사회권의 일부로 명문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본다. 이는 헌법 또는 사회보장기본법에 이동권 보장을 명시할 필요를 말하는 것이다.

 

교통복지의 탈상품화 확대와 지역간 형평성 강화

KTX, 고속버스, 광역버스 등 장거리 수단에도 부분적 무임/감면 도입 검토, ‘교통권리카드’ 등의 이름으로 복지교통권의 보편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고령자 대상 무임승차에 소득기준 추가 도입으로 지속가능성 확보하고, 농어촌 및 산간벽지 지역을 위한 맞춤형 교통보조금 정책 강화가 시급하디.

 

복지권 연계형 교통 시스템 구축

이동지원 서비스(장애인콜택시), 문화접근권, 의료교통 등 복지 분야 통합 교통 시스템 필요함은 물론 복합복지카드(transport+care+culture) 방식 도입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무임승차는 단지 ‘공짜’가 아니다. 그것은 누구나 이동하고, 사회에 참여하며,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시장 밖에서의 삶’을 가능케 하는 복지정치의 표현이다. 지금 우리는 시민권적 권리인 사회권으로 교통권을 시장논리에서 해방시키는 탈상품화의 전환점에 서 있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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