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시민, ‘시민성’과 ‘사회참여’라는 민주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노년 세대
선배시민운동, 새로운 사회변화의 대안으로 떠올라
오늘날 초고령사회의 초입(初入)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이한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흔히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 불리는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사회복지 영역에서 주목받는 ‘선배시민’의 개념이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에도 경제적 능력과 건강을 유지하며 소비, 여가, 자기계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는 노인을 지칭한다. 주로 개인의 경제력과 활동성을 중심으로 규정되며, 삶의 질 향상과 자기만족에 강조점이 있다. 반면 선배시민은 단순히 활발한 생활을 하는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속에서 후배 시민을 이끌고 공동체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이는 ‘시민성’과 ‘사회참여’라는 공적 가치를 중심에 두며, 노년기를 공동체와의 연대 및 사회적 환원의 시기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한국 사회는 빠른 고령화의 진전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인은 주로 돌봄과 복지의 수혜 대상으로만 이해되어 왔으나, 이러한 관점은 고령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이에 대한 대안적 시도로 부상한 것이 바로 선배시민운동이다.
선배시민운동은 노인을 사회의 ‘부담’이나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선배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노년기를 ‘소극적 생존의 시기’가 아니라, 사회적 환원과 참여의 시기로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실제적인 사회적 힘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인 개인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해교육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부각된다.
문해교육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초적 기능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문해란 법률 문서, 정책 자료, 공공 정보, 디지털 매체 등 다양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비판적 문해(critical literacy)의 관점은 문해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권력관계를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선배시민운동이 지향하는 사회참여는 문해교육을 토대로 한 ‘세상읽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가능해진다.

‘세상읽기’란 문자 그대로 사회 현상을 읽어내는 행위이자, 그 속에 담긴 권력관계, 불평등 구조, 세대 간 이해관계 등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으로 노인이 정책 자료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수혜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스로 제도를 읽고 해석할 수 있다면, 정책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정책의 감시자 또는 제안자로 나설 수 있다. 이 점에서 문해교육은 선배시민운동의 기초 체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문해교육과 선배시민운동을 결합한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읽고 쓰는 학습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현안을 텍스트로 읽어내고 이를 토론하며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이 곧 참여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학습자가 지역의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돌봄 문제 등을 학습 주제로 삼아 토론하고 이를 공청회나 주민회의에 제안하는 과정은 선배시민운동이 지향하는 사회참여의 구체적 실천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선배시민이 가진 세상읽기는 단순히 현재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산업화, 민주화, 빈곤과 성장의 양면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서, 현재의 사회문제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독특한 자원을 지닌다. 예컨대 청년 세대가 겪는 불안정 노동과 주거난 문제는 과거의 노동운동이나 주택 문제와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세대 간 연대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통찰은 다른 어떤 세대도 제공하기 어려운 선배시민만의 고유한 기여다.
문해교육 바탕의 세상읽기는 노인을 단순히 배우는 존재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사회적 주체로 세워
결국, 문해교육 바탕의 세상읽기는 노인을 단순히 배우는 존재에서 나아가, 말하고 행동하는 사회적 주체로 세운다. 이는 곧 나이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선배시민이 민주주의의 핵심적 실천 세력임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특정 세대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참여 위에서만 굳건해질 수 있다. 선배시민들의 목소리가 문해와 세상읽기를 하고 세상 만들기를 통해 사회 의제 속으로 편입될 때, 고령사회는 비로소 소극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노년기를 열어 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세상읽기가 단순히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변혁의 출발점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읽기는 곧 문제의식의 형성이며, 문제의식은 곧 행동의 동력이 된다. 노인이 문해교육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때, 이는 곧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구조의 개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선배시민운동에서 문해교육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사회 변혁의 인큐베이터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할 고령화의 도전은 단순히 복지 지출 확대나 돌봄 체계의 보강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 그것은 이전의 한국전쟁과 ‘한강의 기적’을 일궈 내고, 민주화를 경험한 선배시민을 다시 사회의 중심으로 불러내어,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문해교육을 바탕으로 한 세상읽기는 바로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노년기의 지혜가 단절되지 않고 사회적 실천과 변혁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후배시민에게 전해지는 가장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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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시민, ‘시민성’과 ‘사회참여’라는 민주적 가치를 중심에 두는 노년 세대
선배시민운동, 새로운 사회변화의 대안으로 떠올라
오늘날 초고령사회의 초입(初入)에 들어선 우리나라에서는 노인을 바라보는 두 가지 상이한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흔히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 불리는 개념이고, 다른 하나는 최근 사회복지 영역에서 주목받는 ‘선배시민’의 개념이다. 액티브 시니어는 은퇴 후에도 경제적 능력과 건강을 유지하며 소비, 여가, 자기계발 활동을 활발히 이어가는 노인을 지칭한다. 주로 개인의 경제력과 활동성을 중심으로 규정되며, 삶의 질 향상과 자기만족에 강조점이 있다. 반면 선배시민은 단순히 활발한 생활을 하는 개인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속에서 후배 시민을 이끌고 공동체적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존재로 이해된다. 이는 ‘시민성’과 ‘사회참여’라는 공적 가치를 중심에 두며, 노년기를 공동체와의 연대 및 사회적 환원의 시기로 재구성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한국 사회는 빠른 고령화의 진전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의 가치관과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인은 주로 돌봄과 복지의 수혜 대상으로만 이해되어 왔으나, 이러한 관점은 고령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근본적 한계를 지닌다. 이에 대한 대안적 시도로 부상한 것이 바로 선배시민운동이다.
선배시민운동은 노인을 사회의 ‘부담’이나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선배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노년기를 ‘소극적 생존의 시기’가 아니라, 사회적 환원과 참여의 시기로 재구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이 실제적인 사회적 힘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인 개인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야 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문해교육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부각된다.
문해교육은 단순히 읽고 쓰는 기초적 기능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문해란 법률 문서, 정책 자료, 공공 정보, 디지털 매체 등 다양한 텍스트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더 나아가 비판적 문해(critical literacy)의 관점은 문해교육이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사회구조와 권력관계를 해석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선배시민운동이 지향하는 사회참여는 문해교육을 토대로 한 ‘세상읽기’를 통해 구체적으로 가능해진다.
‘세상읽기’란 문자 그대로 사회 현상을 읽어내는 행위이자, 그 속에 담긴 권력관계, 불평등 구조, 세대 간 이해관계 등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으로 노인이 정책 자료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제도의 수혜자로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스로 제도를 읽고 해석할 수 있다면, 정책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정책의 감시자 또는 제안자로 나설 수 있다. 이 점에서 문해교육은 선배시민운동의 기초 체력을 제공하는 셈이다.
실제로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문해교육과 선배시민운동을 결합한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서는 단순히 읽고 쓰는 학습에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의 현안을 텍스트로 읽어내고 이를 토론하며 글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학습이 곧 참여로 이어지는 경험을 제공한다. 학습자가 지역의 교통 문제, 환경 문제, 돌봄 문제 등을 학습 주제로 삼아 토론하고 이를 공청회나 주민회의에 제안하는 과정은 선배시민운동이 지향하는 사회참여의 구체적 실천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선배시민이 가진 세상읽기는 단순히 현재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산업화, 민주화, 빈곤과 성장의 양면을 직접 경험한 세대로서, 현재의 사회문제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할 수 있는 독특한 자원을 지닌다. 예컨대 청년 세대가 겪는 불안정 노동과 주거난 문제는 과거의 노동운동이나 주택 문제와 연결하여 해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세대 간 연대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통찰은 다른 어떤 세대도 제공하기 어려운 선배시민만의 고유한 기여다.
문해교육 바탕의 세상읽기는 노인을 단순히 배우는 존재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사회적 주체로 세워
결국, 문해교육 바탕의 세상읽기는 노인을 단순히 배우는 존재에서 나아가, 말하고 행동하는 사회적 주체로 세운다. 이는 곧 나이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데 선배시민이 민주주의의 핵심적 실천 세력임을 의미한다. 민주주의는 특정 세대나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시민의 참여 위에서만 굳건해질 수 있다. 선배시민들의 목소리가 문해와 세상읽기를 하고 세상 만들기를 통해 사회 의제 속으로 편입될 때, 고령사회는 비로소 소극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민주주의의 주체로서의 노년기를 열어 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세상읽기가 단순히 사회현상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변혁의 출발점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세상읽기는 곧 문제의식의 형성이며, 문제의식은 곧 행동의 동력이 된다. 노인이 문해교육을 통해 사회의 모순과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때, 이는 곧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나아가 사회구조의 개혁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선배시민운동에서 문해교육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사회 변혁의 인큐베이터라 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직면할 고령화의 도전은 단순히 복지 지출 확대나 돌봄 체계의 보강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 그것은 이전의 한국전쟁과 ‘한강의 기적’을 일궈 내고, 민주화를 경험한 선배시민을 다시 사회의 중심으로 불러내어, 그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 자산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문해교육을 바탕으로 한 세상읽기는 바로 이러한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토대이다. 노년기의 지혜가 단절되지 않고 사회적 실천과 변혁으로 이어질 때, 그것은 후배시민에게 전해지는 가장 값진 유산이 될 것이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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