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전가되며, 돌보는 이의 건강과 삶을 위협
한국 사회의 노인 돌봄은 여전히 가족에게 깊이 의존하고 있다. 전통적인 효 문화 속에서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것은 미덕으로 여겨졌고, 가족돌봄은 정서적 안정과 익숙한 환경이라는 장점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속에서 가족만의 힘으로 노인 돌봄을 지속하기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돌봄은 특정 가족에게는 과중한 짐이 되고, 특히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전가되며, 돌보는 이의 건강과 삶을 위협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떠오른 대안이 바로 ‘케어러 중심 돌봄’이다. 전문성을 갖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등이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존엄을 지킨 채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케어러 중심 돌봄도 인력 부족, 낮은 처우, 공공재정 부담 등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 지점에서 참고할 만한 것은 국외 사례들이다. 영국은 「Care Act 2014」를 통해 돌봄을 가족의 의무가 아닌 지방정부의 책무로 명확히 규정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마저도 별도의 권리 주체로 인정했다.
스웨덴은 ‘개인적 지원’ 제도를 통해 장애와 고령의 개인이 직접 돌봄 인력을 고용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했다.
일본은 개호보험을 통해 사회보험 방식으로 돌봄 비용을 분담하고, 지역포괄케어를 확립해 가족 의존을 구조적으로 완화했다.
독일은 장기요양보험에서 현금급여와 서비스급여를 혼합할 수 있게 하여 가족과 전문 서비스를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고, 케어러의 연금 크레딧과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이들 사례는 돌봄이 더 이상 사적 영역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보편적 권리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분명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케어러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고, 개인예산이나 현금·현물 혼합 선택권도 제한적이다. 서비스 품질은 지역과 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며,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돌봄이 여전히 가족의 선의에만 기댄다는 점에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은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보편적 위험
돌봄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산시켜 성평등을 실현하고 시민의 삶을 온전히 지켜
AI 시대는 많은 일자리의 변화가 불가피, 돌봄은 여전히 인간 활동의 영역
돌봄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권리로 지속적으로 지켜 나가야 할 권리
돌봄 국가책임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 보면 첫째, 돌봄은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보편적 위험이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을 맞이한다. 돌봄을 권리로 보장하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해당 세대만이 아닌 미래 세대 전체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둘째, 가족 중심 돌봄 체제는 성평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돌봄 노동의 대부분은 여성에게 집중되며,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빈곤·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 국가책임제는 돌봄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성평등을 실현하고, 모든 시민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셋째,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는 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다. AI 시대는 많은 일자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돌봄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다. 전문 돌봄 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령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개척한다. 돌봄은 복지이자 동시에 ‘케어 경제(care economy)’의 핵심이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가져온다.
넷째, 돌봄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권리이다. 노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이자 인권의 문제다. 국가책임제는 돌봄을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 전환하는 제도적 토대가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이스란 제1차관이 부천시를 방문해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현장 간담회 개최 모습
(사진제공 = 보건복지부)
이와 같은 국가돌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바탕으로 케어러 권리 법제화: 영국과 독일처럼 케어러 평가, 휴식권, 소득 보전, 연금 크레딧 등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개인예산 및 혼합급여 도입: 현금과 서비스 선택을 유연하게 보장하여 가족과 전문 돌봄을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강화: 일본과 네덜란드처럼 의료·요양·주거·생활 지원이 연결되는 지역 통합 케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돌봄 인력 처우 개선: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임금, 교육, 경력 체계를 국가 책임 하에 보장해야 한다.
당사자 참여 보장: 스웨덴처럼 노인과 가족이 서비스 설계와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의 사랑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이 돌봄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국외 사례들이 보여주듯, 돌봄은 이제 가족의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권리이자 탈상품화의 대상이다. 우리사회가 돌봄 국가책임제로 나아갈 때, 노인의 존엄과 가족의 삶은 동시에 지켜질 수 있다. 돌봄 국가책임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사회적 약속이자, 고령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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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돌봄,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전가되며, 돌보는 이의 건강과 삶을 위협
한국 사회의 노인 돌봄은 여전히 가족에게 깊이 의존하고 있다. 전통적인 효 문화 속에서 자녀가 부모를 돌보는 것은 미덕으로 여겨졌고, 가족돌봄은 정서적 안정과 익숙한 환경이라는 장점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급격한 저출생·고령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속에서 가족만의 힘으로 노인 돌봄을 지속하기란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돌봄은 특정 가족에게는 과중한 짐이 되고, 특히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전가되며, 돌보는 이의 건강과 삶을 위협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떠오른 대안이 바로 ‘케어러 중심 돌봄’이다. 전문성을 갖춘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등이 돌봄을 제공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노인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존엄을 지킨 채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케어러 중심 돌봄도 인력 부족, 낮은 처우, 공공재정 부담 등 여러 한계에 직면해 있다.
이 지점에서 참고할 만한 것은 국외 사례들이다. 영국은 「Care Act 2014」를 통해 돌봄을 가족의 의무가 아닌 지방정부의 책무로 명확히 규정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가족마저도 별도의 권리 주체로 인정했다.
스웨덴은 ‘개인적 지원’ 제도를 통해 장애와 고령의 개인이 직접 돌봄 인력을 고용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제도화했다.
일본은 개호보험을 통해 사회보험 방식으로 돌봄 비용을 분담하고, 지역포괄케어를 확립해 가족 의존을 구조적으로 완화했다.
독일은 장기요양보험에서 현금급여와 서비스급여를 혼합할 수 있게 하여 가족과 전문 서비스를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했고, 케어러의 연금 크레딧과 휴식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했다. 이들 사례는 돌봄이 더 이상 사적 영역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할 보편적 권리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 제도는 분명 일정한 진전을 이뤘다. 그러나 케어러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고, 개인예산이나 현금·현물 혼합 선택권도 제한적이다. 서비스 품질은 지역과 기관에 따라 편차가 크며, 돌봄 인력의 처우 개선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돌봄이 여전히 가족의 선의에만 기댄다는 점에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은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보편적 위험
돌봄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산시켜 성평등을 실현하고 시민의 삶을 온전히 지켜
AI 시대는 많은 일자리의 변화가 불가피, 돌봄은 여전히 인간 활동의 영역
돌봄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권리로 지속적으로 지켜 나가야 할 권리
돌봄 국가책임제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생각해 보면 첫째, 돌봄은 개인과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보편적 위험이다. 아이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순간을 맞이한다. 돌봄을 권리로 보장하고 국가가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것은, 해당 세대만이 아닌 미래 세대 전체의 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다.
둘째, 가족 중심 돌봄 체제는 성평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돌봄 노동의 대부분은 여성에게 집중되며, 이는 여성의 경력단절·빈곤·사회적 고립을 초래한다. 국가책임제는 돌봄 책임을 사회적으로 분산시킴으로써 성평등을 실현하고, 모든 시민이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다.
셋째,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는 것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다. AI 시대는 많은 일자리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돌봄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영역이다. 전문 돌봄 인력 양성과 처우 개선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령사회가 직면한 새로운 경제적 활로를 개척한다. 돌봄은 복지이자 동시에 ‘케어 경제(care economy)’의 핵심이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과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가져온다.
넷째, 돌봄은 인간의 존엄과 직결된 권리이다. 노인이 병원이나 시설에 갇히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단순한 서비스 제공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이자 인권의 문제다. 국가책임제는 돌봄을 ‘시혜’가 아니라 ‘권리’로 전환하는 제도적 토대가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과 이스란 제1차관이 부천시를 방문해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 현장 간담회 개최 모습
(사진제공 = 보건복지부)
이와 같은 국가돌봄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바탕으로 케어러 권리 법제화: 영국과 독일처럼 케어러 평가, 휴식권, 소득 보전, 연금 크레딧 등을 법률에 명시해야 한다.
개인예산 및 혼합급여 도입: 현금과 서비스 선택을 유연하게 보장하여 가족과 전문 돌봄을 조화롭게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강화: 일본과 네덜란드처럼 의료·요양·주거·생활 지원이 연결되는 지역 통합 케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돌봄 인력 처우 개선: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의 임금, 교육, 경력 체계를 국가 책임 하에 보장해야 한다.
당사자 참여 보장: 스웨덴처럼 노인과 가족이 서비스 설계와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족의 사랑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것이 돌봄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국외 사례들이 보여주듯, 돌봄은 이제 가족의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어서는 안 되며, 국가와 사회가 제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권리이자 탈상품화의 대상이다. 우리사회가 돌봄 국가책임제로 나아갈 때, 노인의 존엄과 가족의 삶은 동시에 지켜질 수 있다. 돌봄 국가책임제는 결국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사회적 약속이자, 고령사회에서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를 위한 필수적 선택이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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