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의자 뺏기'를 넘어 선배시민사회로

김경식
2026-07-02
조회수 234




2026년은 우리 사회가 본격적인 통합돌봄 시대를 시작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노인과 장애인, 만성질환자가 자신이 살아온 집과 마을에서 의료·요양·복지·주거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받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제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가장 큰 논쟁은 이미 예고되어 있다. 과연 모두를 위한 의자는 충분한가 하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앞으로 돌봄이 필요한 인구는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 역시 장기요양(Long-Term Care)에 대한 공공지출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2023년 기준 OECD 국가들은 평균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1.8%를 장기요양에 지출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상당한 증가가 예상된다.

 

문제는 돌봄 수요의 증가보다 공공재정의 확대가 더디다는 데 있다.

 정부는 기존 의료·복지 예산을 연계하면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제도의 연계와 효율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의 사회복지사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실제 개인별 통합지원계획을 세워도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의 폭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결국 무엇을 지원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 자료에 따르면 정부발표 통합돌봄 1차 대상자는 약 250만 명인데, 올해 예산은 900억 원 수준으로 1인당 월 3천원 꼴로 1개월 돌봄비가 김밥 한 줄 값에도 못 미치는 돌봄예산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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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 제작 웹자보>



사회복지학은 이런 현실을 오래전부터 ‘의자 뺏기(Musical Chairs)'라는 비유로 설명해 왔다.

 

의자는 부족하고 앉으려는 사람은 많다. 음악이 멈추면 누군가는 반드시 바닥에 서 있어야 한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예산은 제한되어 있는데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계속 늘어난다면,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서로 경쟁하게 된다. 더 위급한 사람에게 자원이 집중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동시에 예방적 돌봄이 필요한 사람은 뒤로 밀리고, 지역 간 재정 격차는 서비스 격차로 이어진다. 돌봄은 권리가 아니라 경쟁에서 이겨야 얻을 수 있는 희소한 자원이 되고 만다.

 

그러나 정말 경쟁해야 하는 대상은 이웃일까?

여기서 한국의 선배시민운동이 던지는 질문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선배시민은 단순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선배시민은 자신의 경험을 공동체를 위해 사용하는 시민이며, 복지의 소비자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주체이다. 그들은 "내 몫을 더 달라"고 말하기보다 "우리 사회는 왜 모두가 앉을 만큼의 의자를 준비하지 못했는가"를 묻는다.

 

이 질문은 복지국가의 본질을 향한다.

돌봄은 시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고, 누구나 질병과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돌봄은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이며, 국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공공재다.

 

OECD 국가들이 장기요양비의 상당 부분을 공공재정으로 부담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돌봄을 개인과 가족에게 맡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도 같은 교훈을 준다.

네덜란드의 지역사회 돌봄 모델인 '뷔르트조르흐(Buurtzorg)'는 단순히 예산을 늘린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간호사와 주민의 협력을 통해 입원과 시설 입소를 줄이며 돌봄의 질을 높였다. 


반면 영국의 개인예산제(Personal Budget)는 이용자의 선택권 확대를 목표로 했지만, 지방정부 재정 압박과 예산 부족 속에서 "선택권"이 오히려 "포기할 서비스의 선택"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충분한 공적 기반이었다.

 

선배시민운동 역시 시민참여를 강조한다. 

건강한 노인은 자원봉사와 마을활동, 이웃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의 돌봄 자원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시민참여는 국가의 책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전제로 더욱 풍요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공공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민의 헌신만을 강조한다면 참여는 연대가 아니라 희생이 된다. 선배시민은 값싼 돌봄 노동의 대체재가 아니라 민주적 복지국가를 함께 만들어가는 시민이어야 한다.

 

통합돌봄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서비스를 연결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배제되지 않았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사회복지학자 T. H. Marshall은 시민권의 완성은 사회권의 보장에 있다고 말했다. 교육과 의료, 그리고 돌봄은 경쟁의 보상이 아니라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는 의미다.

 

통합돌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누가 마지막 의자를 차지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모두가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더 만들 것인가."

 

그 질문이야말로 초고령사회를 살아가는 대한민국이 통합돌봄을 통해 답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이며, 선배시민운동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장 깊은 메시지다. 경쟁이 아닌 연대로, 선별이 아닌 권리로, 시혜가 아닌 시민성으로 나아갈 때 통합돌봄은 비로소 정책을 넘어 사회적 약속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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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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