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칼럼] 은퇴의 지혜가 정치의 힘이 될 때...'한국선배시민협회'의 위대한 출항

김경식
2025-12-02
조회수 498

 


노년의 역사, 선배시민의 탄생 : 국내외 사례와의 조우

 

한국 사회에서 ‘노인’은 오랫동안 ‘돌봄의 대상’, ‘복지의 수혜자’라는 정형화된 틀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 프레임을 깨부수려는 치열한 자기 성찰과 실천이 이어졌다. 이것이 바로 선배시민(Social Senior Citizens) 운동의 역사다.

 

이 운동은 이론가들의 담론을 거쳐 곧바로 현장에서 발아 했다. 도시형 고령화의 모델을 보여준 성남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단순한 여가 프로그램을 넘어 인문학적 성찰과 시민 의식을 깨우는 ‘선배시민 대학’을 열었다. 

또한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농촌 지역에서 가능성을 보인 진천군 노인복지관은 환경 문제 해결과 마을 안전 지킴이 활동을 통해 노인의 역할이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됨을 증명했다.

이러한 한국적 실천은 결코 고립된 움직임이 아니었다. 세계의 선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세력을 조직하고 권리를 쟁취해 왔다.

 

미국의 은퇴자 협회 (AARP)는 수천만 명의 회원을 바탕으로 연금, 의료, 소비자 권익 등에서 강력한 정책 로비력을 행사하며 노년층의 경제적 권익을 제도적으로 옹호하는 거대 세력이다.

 

독일의 은발의 표범당 (Graue Panther)도 노인 차별에 대한 저항을 위해 아예 정당을 결성하고 정치적 주체로 나섰던 급진적 사례다. 이는 노인들이 수혜자로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는 능동적인 세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의 선배시민 운동은 AARP의 조직적 힘과 독일 은발의 표범당의 정치적 각성이라는 거울을 통해 스스로의 현재를 투영하고, '선배의 책임과 권리'라는 고유한 철학을 더 한 것이다. 이 역사적 축적이 이제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사단법인 한국선배시민협회' 발족은 노년의 시민 운동에서 새로운 ‘세력’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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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 '사단법인 한국선배시민협회' 창립총회 기념 촬영 모습



수많은 복지관과 학습 동아리에서 자발적으로 피어났던 선배시민 운동이 마침내 사단법인 한국선배시민협회라는 법적 실체를 갖도록 창립총회를 개최하게 된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세력화’를 향한 강력한 선언이다.

 

1) 정치적 거버넌스의 주체로서 세력화

 사단법인화는 노인 관련 정책의 논의 테이블에서 선배시민들이 '관변 단체'나 '복지 대상'이 아닌, '대등한 정책 파트너'로 발언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이제 협회는 노인 연금이나 일자리 증액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에 직접 개입하고, 청년 세대를 위한 사회적 자본 조성 방안을 제시하는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거버넌스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2) 후배 시민을 위한 연대의 세력화

 가장 중요한 세력화는 ‘세대 연대’라는 가치를 조직적으로 구현하는 힘이다. 그동안 각자도생하던 노인들이 '선배'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쳐, 자신들의 축적된 자본과 경험을 후배 세대의 문제 해결에 투입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강력한 사회적 힘이 된다. 이는 고령화 사회가 세대 갈등으로 치닫는 것을 막고, ‘세대 간 책임’이라는 새로운 사회 계약을 만들어내는 윤리적 세력화다.

 

선배시민 운동의 지역 기폭제는 조례 제정을 통한 제도적 확산

 

사단법인 설립으로 운동의 의지(意志)와 조직력(組織力)을 갖추었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이 힘을 법과 제도로 묶어내는 것이다. 한국선배시민협회가 진정으로 노년의 패러다임을 바꿀 기폭제가 되기 위해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선배시민 관련 조례’ 제정을 확산시켜야 한다.

 

1) 조례 제정의 진행 과정과 현주소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선배시민의 역할과 지원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시범적으로 진행되거나 기존 복지 조례에 관련 내용이 편입되는 초기 단계에 있다. 성남, 진천 등에서 시작된 풀뿌리 운동의 성과가 지방의회 의원들의 입법 활동으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전국적이고 체계적인 확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는 곧, 선배시민 활동이 복지관 등의 의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구조적 불안정성을 내포한다.

 

2)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확산의 시급성

 사단법인 한국선배시민협회가 발휘해야 할 가장 강력한 기폭제 역할은 이 조례 제정을 의무화하고 표준화하는 데 있다. 선배시민 관련 조례는 노인복지관의 예산 중 일정 부분을 선배시민 교육 및 활동 지원에 할당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준다. 이는 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제도적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도 독일의 '시니어 대표회의'처럼, 조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정책 자문 기구에 선배시민 대표를 참여시켜 정책 결정 과정에 제도적으로 노년의 지혜를 통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일 모델의 한국화 시도도 중요하다.

 

그리고 각 지자체가 우왕좌왕하지 않서도록, 협회가 전국적인 모범 조례안을 제시하고 지방의회 의원들과의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최근 선배시민협회는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시하고 있다 하니 무척 반갑고 다행한 일이다. 우리에게는 조례라는 닻을 내릴 때, 비로소 우리의 미래가 안정된다.

 

bd2d8be721557.png선배시민협회 회원 가입 신청


독일의 표범처럼 날카로운 정치적 의식과 미국의 AARP처럼 조직적인 힘을 갖춘 한국선배시민협회는 이제 시대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다. 세력화의 완성은 곧 제도화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더 이상 선배시민 운동을 일회성 이벤트나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회는 신속히 선배시민 관련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 이 조례야말로 초고령사회의 재난을 막고, 세대 간 화합을 이루는 가장 단단한 사회적 기초가 될 것이다.

 

선배시민의 지혜가 조례라는 법적 닻을 내릴 때, 대한민국은 비로소 ‘노인 문제’라는 파도를 넘어 ‘선배시민의 지혜’라는 순항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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