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빈곤율 1위의 불명예, 우리 곁의 지워진 얼굴들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강국이자 문화 강국이다. 그러나 화려한 빌딩 숲 뒤편에는 ‘세계 1위’라는 숫자가 주는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노인 빈곤율이다.
최근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39.3%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75세 이상의 경우 빈곤율은 50%를 상회하며, 두 명 중 한 명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빈곤이 곧바로 의료기본권의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9%를 차지하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를 넘어섰다.
빈곤한 노인에게 질병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 경제적 파산(Medical Bankruptcy)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빈곤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노인(老人)’에서 ‘선배시민(Senior Citizen)’으로의 인식 대전환
우리는 그동안 노인 문제를 ‘보호가 필요한 대상’ 혹은 ‘복지의 수혜자’라는 시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봐 왔다.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진 존재, 국가 재정을 축내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노인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그들이 가진 삶의 지혜와 경험을 사장 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우리는 ‘선배시민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선배시민이란 ‘노인’이라는 생물학적 단어를 넘어,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당당한 주체이자 시민을 의미한다.
선배시민운동은 노인을 돌봄의 ‘객체’가 아닌, 후배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 변화의 ‘동력(Subject)’으로 정의한다.
이 관점에서 노인 빈곤과 의료권 문제는 더 이상 ‘불쌍한 노인을 돕는 일’이 아니다. 이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투쟁이자,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여 후배 시민들이 맞이할 미래의 빈곤을 예방하는 정책적 연대의 과정이 된다.

지난 12월 19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요양병원 간병 현장 방문 모습( 사진 제공 = 보건복지부)
의료기본권, 시혜가 아닌 ‘시민의 권리’
선배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의료기본권은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이고 최후의 보루다. 현재 한국의 노인들은 병원비가 무서워 아픔을 참거나,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고통 받는 문제 1위는 ‘건강 문제(45.6%)’였으며, 2위가 ‘경제적 어려움(34.2%)’이었다. 선배시민운동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한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의 권리화: 단순히 요양시설에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늙어갈 권리(Aging in Place)를 보장해야 한다. 선배시민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상호 돌봄’의 주체가 되어, 의료와 복지가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간병비 국가책임제의 실현: 가족을 파멸로 몰아넣는 간병 비극을 끝내기 위해 간병비를 급여화하고, 이를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선배시민이 후배 시민(자녀 세대)의 경제적 자유를 지켜주기 위한 정책적 제언이 된다.
빈곤 탈출을 위한 소득보장체계의 재설계
빈곤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닌 구조적 결함의 산물이다. 현재 한국의 노후 소득보장체계는 공적 연금의 미성숙과 기초연금의 낮은 보장 수준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선배시민은 침묵하는 수혜자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당당히 요구하는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초연금의 현실화와 공적연금 강화: 현재의 기초연금 수준을 빈곤선 위로 끌어올리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빈곤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배시민의 약속이다.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전환: 단순한 소일거리 형태의 일자리가 아니라, 선배시민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노인의 소득을 보전함과 동시에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최선의 대책이다.
선배시민이 만드는 ‘모두를 위한 사회’
노인 빈곤과 의료권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연대(Solidarity)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다. 선배시민운동은 단순히 ‘노인들만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내가 가난하지 않아야 내 자녀가 고통 받지 않고, 내가 건강해야 공동체가 건강하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이제 국가와 사회는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는 낡은 프레임을 깨야 한다. 대신 그들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선배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일 때, "노인이 행복한 사회는 청년도 행복한 사회"라는 명제는 현실이 될 것이다. 빈곤과 질병의 그늘을 걷어내는 힘은 선배시민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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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빈곤율 1위의 불명예, 우리 곁의 지워진 얼굴들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강국이자 문화 강국이다. 그러나 화려한 빌딩 숲 뒤편에는 ‘세계 1위’라는 숫자가 주는 서늘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노인 빈곤율이다.
최근 발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s at a Glance 2023)’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39.3%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14.2%)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75세 이상의 경우 빈곤율은 50%를 상회하며, 두 명 중 한 명은 생계의 위협을 받는 ‘절대 빈곤’ 상태에 놓여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빈곤이 곧바로 의료기본권의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3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19%를 차지하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를 넘어섰다.
빈곤한 노인에게 질병은 단순한 고통을 넘어 경제적 파산(Medical Bankruptcy)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빈곤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된다.
‘노인(老人)’에서 ‘선배시민(Senior Citizen)’으로의 인식 대전환
우리는 그동안 노인 문제를 ‘보호가 필요한 대상’ 혹은 ‘복지의 수혜자’라는 시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봐 왔다. 노인은 생산성이 떨어진 존재, 국가 재정을 축내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치부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노인을 사회로부터 고립시키고, 그들이 가진 삶의 지혜와 경험을 사장 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서 우리는 ‘선배시민운동’에 주목해야 한다. 선배시민이란 ‘노인’이라는 생물학적 단어를 넘어,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당당한 주체이자 시민을 의미한다.
선배시민운동은 노인을 돌봄의 ‘객체’가 아닌, 후배 시민들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사회 변화의 ‘동력(Subject)’으로 정의한다.
이 관점에서 노인 빈곤과 의료권 문제는 더 이상 ‘불쌍한 노인을 돕는 일’이 아니다. 이는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확보하는 투쟁이자, 사회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여 후배 시민들이 맞이할 미래의 빈곤을 예방하는 정책적 연대의 과정이 된다.
지난 12월 19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요양병원 간병 현장 방문 모습( 사진 제공 = 보건복지부)
의료기본권, 시혜가 아닌 ‘시민의 권리’
선배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의료기본권은 인간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필요 충분조건이고 최후의 보루다. 현재 한국의 노인들은 병원비가 무서워 아픔을 참거나,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고통 받는 문제 1위는 ‘건강 문제(45.6%)’였으며, 2위가 ‘경제적 어려움(34.2%)’이었다. 선배시민운동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대책을 요구한다.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의 권리화: 단순히 요양시설에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늙어갈 권리(Aging in Place)를 보장해야 한다. 선배시민들은 지역사회 안에서 서로를 돌보는 ‘상호 돌봄’의 주체가 되어, 의료와 복지가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간병비 국가책임제의 실현: 가족을 파멸로 몰아넣는 간병 비극을 끝내기 위해 간병비를 급여화하고, 이를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선배시민이 후배 시민(자녀 세대)의 경제적 자유를 지켜주기 위한 정책적 제언이 된다.
빈곤 탈출을 위한 소득보장체계의 재설계
빈곤은 개인의 게으름이 아닌 구조적 결함의 산물이다. 현재 한국의 노후 소득보장체계는 공적 연금의 미성숙과 기초연금의 낮은 보장 수준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선배시민은 침묵하는 수혜자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정책적 대안을 당당히 요구하는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초연금의 현실화와 공적연금 강화: 현재의 기초연금 수준을 빈곤선 위로 끌어올리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게 빈곤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선배시민의 약속이다.
노인 일자리의 질적 전환: 단순한 소일거리 형태의 일자리가 아니라, 선배시민의 전문성과 경험을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이는 노인의 소득을 보전함과 동시에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최선의 대책이다.
선배시민이 만드는 ‘모두를 위한 사회’
노인 빈곤과 의료권 문제는 결국 우리 사회의 연대(Solidarity)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다. 선배시민운동은 단순히 ‘노인들만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이기주의가 아니다. 내가 가난하지 않아야 내 자녀가 고통 받지 않고, 내가 건강해야 공동체가 건강하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하는 공동체 운동이다.
이제 국가와 사회는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는 낡은 프레임을 깨야 한다. 대신 그들이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당당히 행사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광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선배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일 때, "노인이 행복한 사회는 청년도 행복한 사회"라는 명제는 현실이 될 것이다. 빈곤과 질병의 그늘을 걷어내는 힘은 선배시민의 손끝에서 시작되어, 우리 사회 전체를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선배시민뉴스(부산) = 김경식 기자(bioman9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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